갤러리-글 숲

길 위의 시집 한 권

잃어버린 조약돌 2008. 7. 30. 20:30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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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 위에 선 사람에겐 시집 한 권은 필요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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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상의 방 한 칸 -김사인
-박영한님의 제(題)를 빌려


세월은 또 한 고비 넘고
잠이 오지 않는다
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
몸부림치다 와 닿은
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
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
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
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준다
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
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
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
달아오른 불덩어리
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
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

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
밖에는 바람 소리 사정없고
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
잠이 오지 않는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