잃어버린 조약돌 2008. 1. 6. 14:59


담배 연기처럼

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

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.

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

많이 있었지만

머릴 놓고

나는 바라보기만

했었네.

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

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.

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

많이 있었지만

어쩐 일인지?

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

말았네.

아, 못 다한

이 안창에의 속상한

드레박질이여.

사랑해주고 싶은 사람들은

많이 있었지만

하늘은 너무 빨리

나를 손짓했네.

언제이던가

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

그대의 소맷 속

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

아파 못 다한

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

가벼운 눈인사나,

보내다오.

-신동엽, <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>에서